제목 : 사월의 축복
유재희
2009년 3월 22일 나는 담석으로 담낭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입원 절차를 끝내고 병실로 들어가면서 그냥 들어가기가 멋쩍어
" 안녕하세요? "저는 담석이 있어서 담낭수술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간단히 목례로 인사를 하고 내 침상으로 가서 간단한 짐을 풀었다
멍하니 쳐다보던 환자들이 모두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누구도 입원하면서 인사하고 들어오는 환자는 없을 것 같다 .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환자복을 입고 병원의 침대에 누워본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환자복은 병의 중요도보다도 모두 건강한 사람과 분류된
이방인들의 모습이었다 6인실의 환자 모두는 건강하지 않다는 동질감으로 금세 마음의 경계를 넘어 서로 입원하게 된 사유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픈 환자들이지만 모두 친숙해져서 병실 안이 금방 훈훈해졌다 .입원시키고 가족들은 집으로 모두 돌아가고 강남 세브란스 병원 6인실 병동에서 저녁을 맞았다 입원실 밖은 어둠이 내려 어두워지고 병실 안은 약간 쓸쓸하기도 하고 나는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내일은 오전부터 수술하기 위해 검사가 이루어진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부터 검사를 받느라 바쁘게 돌아다녔다. 병원에 오면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입원하기 전엔 별로 아픈 곳이 없어서 건강검진 외엔 별로
병원 올 일이 없어 모두 건강한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았다. 여기 오니 환자가 너무 많아서 모든 사람들이 다 아픈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수술로 치유가 되니까 그렇게 절망하진 않지만, 머리 깎고 몇 개의 주사줄에 몸을 의지하고 , 핏기 없는 얼굴로 살수 있다는 작은 희망도
버리지 않고 오늘도 하루를 보내는 암 환자들이 많다. . 점심 식사때가 되어 사람들이 배식하느라 입원실 복도가 어수선하다 .
병원밥으로 식사를 하고 오후 휴식을 하고 있었다 봄볕이 따뜻하게 창가에 들어온다 기분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오후 식사 후 한가한 시간에는 교회에서 봉사 나온 분들이 와서 기도도 해주고 위로되는 성경 말씀으로 좋은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함께 입원한 환자들 가족들이 분주하게 다녀간다. 모처럼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두의 사정을 조금 알게 되었다. .
창가에 누워있는 췌장암 초기의 울산에서 온 40대 환자, 검진에서 확인되어 서울로 급히 와서 수술 스케줄을 잡았고 수술 시간이 10시간이 넘는다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건너편 창가에 계신 66세의 경북 풍기에서 오셨다는 환자는 무슨 암인지 암 투병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고 계셨다 보호자도 없이 씩씩하게 암과 싸우는
그 분은 보호자 없이 혼자 견뎌내고 계셨다. 암이라는 병은 장거리 마라톤이라 외롭게 투병해야 하는데 대단하기도 하고 절망하기 보다 완치될거란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계셨다 아마도 그 분은 꼭 완치가 될 것 같다. 모든 병은 마음으로 온다는데 완치되실 거라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가운데 침상에는 폐암으로 입원하신 깔끔한 성격의 70대 아주머니, 얼마나 깔끔하신지 주변을 닦고 정리하고 별로 눕지도 않으신다.
젊은 날 중학교 선생님을 하셨다는데 침상은 오는 사람도 없고 쓸쓸했다. 오전 11시 정도에 찾아오는 아들뿐, 아드님 나이는 40대인 것 같으나 두 다리가 소아마비였고 사정은 모르지만 언제나 혼자 방문하여 시중을 들다가 돌아가곤 한다
그리고 맨 끝의 침상에 마스크를 하고 누워 유난히 말을 하지 않은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과천의 대장암 아줌마 환자는 얼굴에 병색이 완연하다..
항암주사를 맞고 퇴원하는 날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정기검진을 소홀히 했다고 후회된다며 마음을 열어 조심스럽게 전한다.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대학생이 된 두 아들에게 건강관리을 못해서 환자가 된 자신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의 속내를 말한다..
아픈데 없이 건강했는데 어느 날 암 선고를 받고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가족 모두 우울한 생활이라서 견딜 수가 없단다..
무엇이 그렇게 미안할까? 자녀들 잘 키우고 성장시켰는데 건강하지 않은 현재의 모습이 죄는 아닌데 부끄럽단다
가족과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는 엄마의 사랑에 가슴이 뭉클하다. 자신은 죽어가면서 살아있는 가족을 걱정하다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우리나라 엄마들의 사랑이 이같이 크다는 것을 자식들은 알고 있을까? 아마도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예견하였는지 희망으로 살기 보다 절망하는
모습이 가여웠다 평소에 건강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기 와서 뼈져리게 느꼈다..
아침저녁으로 열어 놓은 창문으로 봄의 향기를 담아 건너온 바람이 달게 느껴진다. 함께 스며든 빛도 눈이 부시다.
오늘 하루도 검사로 아래 위층으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어느덧 저녁시간 병실 창가에 어둠이 내리고 하루의 고단함을 침상에 누워 잠자리에 들면 12시경 응급상황을 알리는 비상벨이 거의 매일 저녁 울린다..
복도를 달려가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빠른 발걸음이 어느 환자의 위급함을 알리는 소리로 병실 복도가 한참 소란하다..
궁금한 우리는 복도에 얼굴 내밀어 상황을 본다 2인실의 위중한 할머니가 중환자실로 옮기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또 세상과 이별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느날은 3번의 비상벨이 들려온다. 죽고 사는 문제가 숨 가쁘게 공존하는 곳, 종합병원의 모습이다
건강이 축복이라는 말을 여기에 와서 간절하게 느낀다. 사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숨 가쁘게 사는 것이 잘못하면 모두 병이 된다니 이젠 여유를 갖고 살아야지 하는 각오을 하며 잠을 청해 본다.
병원에 중요한 이식 수술로 인해 수술 날짜가 예정된 날보다 이 틀 후로 연기되어 이틀 후, 수술을 하기 위해 오후 2시경 수술실로 내려갔다.
동반한 가족은 수술실 문 앞에서 헤어지고 큰 문이 열리면 나는 커다란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간다. 마스크를 쓰고 분주히 움직이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발소리만 들리고 지하 벙커 같은 곳에 누워있는 나는 두려움으로 입이 바싹 타 들어갔다..
너무나 생소한 분위기에 놀라고 긴장된 마음에 가슴이 조여온다. 수술 대기실의 모습은 생과 사의 공간이다 . 수술하다 영영 이곳으로 못 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나의 가슴에 커다란 무게로 눌린다. 정말 무서웠다 입에 침이 말라서 죽을 것 같다. 목이 탄다는 말이 실감 난다.
절대 물 마시면 안 된다고 하면서 죽을것 같다고 버둥대는 나에게 간호사가 간신히 거즈에 물을 축여 주어 위기를 넘겼다.
잠시 후, 수술실로 침대가 서서히 이동한다. 눈을 감고 실려가는 동안 만감이 교차한다. 수술대 위에 옮겨 논 내 다리와 팔이 적당히 고정이 되고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는 것 같다. "주사 놓습니다" 하는 목소리에 난 깊은 잠이 들고 그 뒤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회복실에서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 살았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옆에서 깨우고 옮기는 분주함이 어수선한 회복실의 모습이다
병실로 올라온 나는 눈을 감고 많은 생각을 했다. 꼭, 죽을 것만 같아서 공포감에 몸을 떨고 있었는데 이렇게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병실로 살아서
돌아오니,목구멍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며 눈물이 난다. 다행히 담낭 절제 수술이 복강경 수술이라 수술 다음날부터 움직이는데는 힘들지 않았다 회진 때 간호사가 담낭에서 꺼낸 돌 세게를 들어 보여주었다 돌의 크기가 제법 컸다. 회복은 빠르게 되어가고 며칠 후면 퇴원할 수 있다고 전해준다
수술한지 3일이 지났다 오후에 간단히 걷는 운동을 한다고 복도를 지나 복도 끝 창문 앞에 섰다 봄 바람을 마시고 싶어 창문을 열었다.
창밖 병원 정원에는 어느새 목련이 환하게 봄날에 화려한 외출로 서 있다. 개나리 진달래도 무리지어 화려한 몸짓으로 나를 반긴다.
따뜻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봄볕이 가슴을 비집고 들어온다. 마음에 평화가 온다.
이 눈부신 4월의 빛은 분명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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