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문학교실

하얀세상 수정본

웰리스1004 2019. 3. 28. 12:47

     하얀 세상  

                                                                          유재희

아침에 창문을 열고 보니 정말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펑펑 함박눈이 힘차게 내린다. 아파트 정원은 온통 눈밭이었다. 밤사이 설원이 된 창밖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고  오랫만에 많은 눈을 보는게 신기하기도 했다.

밤새 내린 눈으로  발이 빠질 정도로  통행이 불편한 상태다.  차들도 기어가고 도로엔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덮힌 하얀 세상이

장관이었다 


오늘 서울에서 동창들 약속이 있어서 출발을 해야 하는데 폭설로 출발을 해야 하는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눈이 오다 그치리라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나섰다. 차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섰지만, 쏟아지는 눈은 우산을 쓸 수밖에 없고  공기 돌만한 눈덩이들이 쉬지도 않고 쏟아진다.

천천히 움직인 차는 잘 달리지를 못하고 기어서 가고 있고. 인터체인지에는 차가 진입이 안되어서 차들이 긴 줄로 서있다.

이 정도 교통상황이라면 약속 장소를 갈 것인가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  거대한 주차장이 되어버린 고속도로 상황이 되었다는 뉴스 속보가 계속 뜬다.   방송에서는 외출을 자제하고 차 가지고 나오지 말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만 들린다.

진입이 되어도 고속도로에 차가 거의 서있다고 하는데. 바깥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님을 직감하고 오늘 약속 장소 서울 가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기사분에게 이곳 도로 상황을 듣고 약속한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  차도 탈수 없어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TV 채널을 돌리자 뉴스에 속보가 뜨고 시무식 첫날, 출근이 제대로 안되어 지각사태가 벌어져 직장마다 난리란다.직장마다 시무식이 있는데 지각으로 업무는 늦어지고 눈발은 그치지 않고 도로의 눈은 통행을 할수 없이 싾여가고 비상 사태다.  

103년 만에 내린 폭설이라고 들으니 굉장한 양의 눈이 우리에게 쏟아져 내린 것이다. 아파트 나무마다 눈을 이고 있는 나무들, 무게를 이기지 못해 휘어져 내리고 거의 주행을 포기한 자동차 행렬,  갑자기 움직이던 세상이 한 순간 동작 멈춤처럼 정지 상태가 된 것 같다.

집에 있는 나는 바깥 세상의 심각성을 뉴스로 들으면서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이번 눈 사태는 무기력한 인간들의 마음에 직격탄을 날렸다

폭설로 내린 눈은 인간들이 감당하기엔 역 부족이었다  눈 치우기 청소가 안되어 전전긍긍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다.

그저 손 놓고 바라본다는 표현이 정답이었다. 동원되는 인력으로 부족한 손길, 장비도 턱없이 왜소함을 느껴야 하고 그 앞에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한 우리의 모습은 나약했다.  그저 내리는 폭설을 바라보는 방관자 일뿐 아무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뉴스는 종일 마비된 교통 상황으로 사고 현장만 속보로 보내고 있다.  창문으로 보이는 도로에 차들이 비틀거리고 주행을 포기한 채, 도로가에 주차되어 있다.  친구 들 약속을 빨리 포기하길 너무 잘했다. 고속도로 위에서 서 있으면 내리지도 못하고 갇혀서 큰 일 날뻔했다.

여기저기 안부로 전화를 돌리다 보니 모두 쏟아져 내린 눈 소식에 지인들의 안부로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오후가 되니 내리는 눈발이 조금 멈추었다.

아파트 앞 산책길에 조심스럽게 나가 보았다. 종아리까지 잠기는 눈 높이 아! 정말 폭설이었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 위를 힘들게 한 발 한 발 걸어 보았다. 눈 속에 깨끗하게 잠겨버린 세상이 참, 순수해 보이고 경건했다.

얼마 만에 걸어보는 눈 길인가, 교통난으로 난리지만 나는 즐기고 싶었다. 어린 시절 눈만 오면 눈사람 만드는 기쁨이 컸는데 오늘은 눈사람

만들어 놀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거의 외출하지 않아 동네도 조용하고 마트 가는 사람의 발길도 없다.

온통 하얀 세상, 하얀 빛에 눈이 부시다. 하얀 세상이 모두의 마음에 정직하고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온갖 더러움으로 얼룩진 세상에 눈은 정화제처럼 느껴진다.  이보다 더 고운 세상이 있을까? 아무도 그리지 않은 도화지 위에 이제 세상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인간들의 다툼과 욕심, 이기심과 지나친 경쟁으로 얼룩진 세상이 모두 묻혀 버리고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마음속에 빌어 본다.

언제 또 더러 위지고 얼룩질 세상 이야기가 오더라도 며칠 동안 우리는   하얀 세상에서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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